전두환(82) 전 대통령이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3억~5억원씩 쪼개 수백개의 가명 및 차명 계좌에 넣은 뒤 평균 3개월마다 또다른 사람 이름의 계좌로 옮기는 방식으로 세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 전 대통령이 비자금 관리에 이용한 명의자만 수천명, 수천개 계좌여서, 1995~1996년 당시 검찰 수사팀은 이들 계좌를 다 추적하기 어렵다고 보고 수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전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533억원만 추징당했다.
18일 전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 전 대통령은 하나의 가명 및 차명 계좌에 3억~5억원씩 넣고는 몇달 뒤 다른 가명 및 차명 계좌로 돈을 옮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700~800개 정도의 차명계좌에 3억~5억원씩 돈이 들어갔고, 상당수 계좌는 이후 평균 3개월에 한번씩 돈이 빠져나가 연결이 끊겼다. 한달 반 만에 다른 차명계좌로 빠져나간 돈도 있었다. 금융에 밝은 전문가들이 비자금을 치밀하게 관리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의 한 창구에서 차명계좌에 든 돈을 모두 인출한 뒤 같은 지점의 다른 창구에 가서 다른 명의의 차명계좌로 입금하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특정한 날 계좌에서 3억원이 인출되면, 같은 날 해당 은행 지점에서 거래된 모든 전표를 훑어 비슷한 금액이 입금된 계좌를 찾아야 했다.
당시 수사팀의 또다른 관계자는 “정확하진 않지만 당시 그렇게 쪼개져 관리되던 자금이 2000억원이 훨씬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달 만에 돈이 옮겨져서 명의자만 수천명이었다. 그래서 계좌 명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것이 무의미했다”며 “수십명의 전담팀을 꾸려서 몇년 동안 추적해야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밝힐 수 있을 정도라는 판단이 들어 더 이상 자금을 추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대기업 등으로부터 9500억원의 돈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산했고, 이 가운데 5774억5000만원을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썼다고 보고, 43개 업체로부터 받은 2295억5000만원만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1997년 대법원은 2205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김원철 송경화 기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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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6364.html#cb#csidxebb28628700a07ba2f0eb052b8af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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